제47소시집
겨울은 空을 품은 반달곰이다
一餘
텅 빈 여백에서
겨울만 오면 먼 고향이 그리워
평생 아픔을 후련히 얘기했다
평생 사랑을 후련히 고백했다
겨울만 오면 천리마 타고 누비고 싶어
먼 살가운 들녘에서
그리운 아무르강을 향하여
토굴 속에 살았던 동부여 조상께
홀로 울며 사랑을 고백했다
홀로 빼앗긴 울분을 고백했다
우리 반달곰이 겨울잠 잘 때 겨울은
때로는 봄이 되어주고
때로는 황금들 되어주는
먼 고향을 그리는 큰 그릇이다
우리 반달곰은 한겨레다
울음도 모른 척
외로움도 모른 척
겨울은 반달곰이다
아기를 낳아도 모른 척
젖을 빨아도 모른 척
우리 반달곰은 돌부처다
가지가 쇠바람에 잘리고
돌풍에 뿌리 채 뒤집혀도
겨울은 모른 척하지만
靜에서 흐름을 알고
柔에서 강함을 알고
뿌리로 내려가
우주를 삼키는 우리 겨울은
空을 담은 빈 그릇이다
겨울은 無心을 품은 돌부처다
自我를 찾는 돌부처다
한겨레를 품은 돌부처다
겨울은 뿌리가 깊은
空을 품은 반달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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