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

겨울은 空을 품은 반달곰이다

kk고상 2012. 2. 16. 15:28

 

 

 

제47소시집

 

겨울은 空을 품은 반달곰이다

 

 

                         一餘

 

 

 

텅 빈 여백에서

겨울만 오면 먼 고향이 그리워

평생 아픔을 후련히 얘기했다

평생 사랑을 후련히 고백했다

 

겨울만 오면 천리마 타고 누비고 싶어

먼 살가운 들녘에서

그리운 아무르강을 향하여

토굴 속에 살았던 동부여 조상께

홀로 울며 사랑을 고백했다

홀로 빼앗긴 울분을 고백했다

 

 

우리 반달곰이 겨울잠 잘 때 겨울은

때로는 봄이 되어주고

때로는 황금들 되어주는

먼 고향을 그리는 큰 그릇이다

우리 반달곰은 한겨레다

 

 

울음도 모른 척

외로움도 모른 척

겨울은 반달곰이다

아기를 낳아도 모른 척

젖을 빨아도 모른 척

우리 반달곰은 돌부처다

 

 

가지가 쇠바람에 잘리고

돌풍에 뿌리 채 뒤집혀도

겨울은 모른 척하지만

靜에서 흐름을 알고

柔에서 강함을 알고

뿌리로 내려가

우주를 삼키는 우리 겨울은

空을 담은 빈 그릇이다

 

 

겨울은 無心을 품은 돌부처다

自我를 찾는 돌부처다

한겨레를 품은 돌부처다

겨울은 뿌리가 깊은

空을 품은 반달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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