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노래하는 시선/시와 산

산을 갖는다·87~ 겨울산

kk고상 2013. 12. 16. 06:35

 

 

제68소시집

 

산을 갖는다·87

일여

 

 

 

못 본 체 스쳐가는 사람들 앞에

줄 것 다주고 텅 빈

펑퍼지게 누워 있는 산

눈 시리게 꼿꼿한 산

반가유상답게 응시하는 산

광개토대왕답게 굳센 산

둥근 대머리에 맘 좋은 산 등

여러 봉우리를 찍다보니

산의 얼굴 오늘 따라 해맑다

방금 스쳐간 가을수채화에

침이 마르게 우리는 칭찬했는데

다 떠난 자리는 외면하는 게 세상 인심인가보다

겨울 소청봉 오르는 산사나이

절세미인 만나고자 외로운 산행이다

겨울산의 아름다움은 기다림에 있다

기다림을 혼자 독차지할 수 있는

훤히 보이는 텅 빈 몸매와 이목구비

굽이치는 몸매의 율동

농염하다

우리 것이다

우리 기다림이다

우리 동안거다

우리 하심이다

유혹하는 듯 기다리는 듯

알몸을 다 보여주는

진정한 양심을 다 보여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