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소시집
산을 갖는다·87
일여
못 본 체 스쳐가는 사람들 앞에
줄 것 다주고 텅 빈
펑퍼지게 누워 있는 산
눈 시리게 꼿꼿한 산
반가유상답게 응시하는 산
광개토대왕답게 굳센 산
둥근 대머리에 맘 좋은 산 등
여러 봉우리를 찍다보니
산의 얼굴 오늘 따라 해맑다
방금 스쳐간 가을수채화에
침이 마르게 우리는 칭찬했는데
다 떠난 자리는 외면하는 게 세상 인심인가보다
겨울 소청봉 오르는 산사나이
절세미인 만나고자 외로운 산행이다
겨울산의 아름다움은 기다림에 있다
기다림을 혼자 독차지할 수 있는
훤히 보이는 텅 빈 몸매와 이목구비
굽이치는 몸매의 율동
농염하다
우리 것이다
우리 기다림이다
우리 동안거다
우리 하심이다
유혹하는 듯 기다리는 듯
알몸을 다 보여주는
진정한 양심을 다 보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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