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 앞에 바보다 제55소시집 나는 술 앞에 바보다 나는 술 앞에 바보다 멋모르고 벗어던지는 바보다 가끔 홀가분하게 벗어던지는 자유인이다 나는 술 앞에 거지다 자신에게 술 달라 비는 거지다 나는 술 앞에 허무주의자다 스스로 자신을 무너뜨리고 파괴하고 꾸짖는 자다 나는 술 앞에 파괴주의자다 조.. 일려 시 50선 2012.11.22
사랑아 말하지 마라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에서 참소라 숨박꼭질 사랑아 말하지 마라 一餘 사랑이 불타오를 때 사랑아 말하지 마라 마음이 불타오르면 사랑아 말하지 마라 단풍이 불타오르면 사랑아 말하지 마라 두근거리는 마음이 물들면 사랑의 표현 단풍 같이 하는 거다 화끈거리는 마음이 물들면 단풍.. 일려 시 50선 2012.11.12
떨린다 제54소시집 떨린다 우거진 단풍 속으로 산을 오르니 눈 마주칠 때마다 처음사랑이다 떨린다 빅뱅으로 신천지 울린다 해방이다 지진이다 버들치 들떠 있다 파이프 오르간 소리 울린다 우거진 빛깔 속으로 신천지다 자유다 떨린다 눈 마주칠 때마다 아리랑 메아리친다 처음사랑 메아리친.. 일려 시 50선 2012.10.24
소 통 제54소시집 소 통 늦가을 아침햇살이 란을 울리려다 마루에 드러누우니 소리 없이 서편제 흐른다 푸치니 오페라 흐른다 아리랑 흐른다 잠자던 구석구석 다 깨우고 슬며시 떠난 후 노랗게 물드는 은행잎에 앉아 무한대 소통하는 포근한 처음사랑으로 노란 단풍을 달구며 사뿐히 내려앉은 .. 일려 시 50선 2012.10.17
황금들 제54소시집 황금들 타오른다 고행의 결실이 고향의 추억이 뜻대로 타오른다 농부가 뿌린 씨에 귀때기 때렸던 하늘이 얼싸 안고 뿌린 대로 타오른다 할머니 등 타고 신작로 달린다 할머니 뜻대로 이루어진 황금들이다 고추 한 입 베어 물며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순이 손잡고 풍선 구름 속.. 일려 시 50선 2012.10.09
꿈같은 가을, 여보라고 하고 제54소시집 가을 알밤 한 알 툭, 튀어나오면 가을이 왔구나 하고 붉은 고추 마당에 가득 널려 있으면 가을은 빛깔이구나 하고 들이 황금으로 물들고 하늘이 풍선구름으로 가득하면 가을은 부자구나 하고 슬픔 하나 지나가면 가을이 달래줬다 하고 슬픔 여럿 다가오면 가을이 삭혀준다 하.. 일려 시 50선 2012.10.06
아, 설악 제53소시집 아, 설악 하늘과 내통하며 회로애락 피우고 함초롬 웃는 아, 설악 꼭, 보고 싶은 얼굴이다 꼭,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다 목소리 듣고 싶은 신선이다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만날 듯 만날 수 없고 사랑할 듯 사랑할 수 없고 풍덩, 몸을 던져도 빠질 수 없는 아, 설악 절정의 아름다움.. 일려 시 50선 2012.10.06
月盞에 취해 흔들거리는 억새꽃 제54소시집 억새꽃 속으로 逸麗 고 상 원 밤사이 보름달이 내려준 月盞에 취해 흔들거리는 억새꽃 맑은 영혼 속으로 월잔 들고 노을 속으로 정답게 타오르는 은빛 황혼 쑥부쟁이 손잡은 질긴 생명 불멸의 억새꽃 불에 타도 살고 짓밟아도 살고 일려 시 50선 2012.10.03
달맞이 꽃 달맞이꽃 일려 하늘마을 아파트 하늘 높이 올라 양반 흉내 내며 팔짱 끼고 서있다 철로 언덕에 사는 달맞이 꽃동네 필 듯 말 듯 시들어 있는데 맞선도 못보고 꽃을 피우지 못한 달맞이 보고 보름달은 눈웃음치다 아파트와 그림자는 철거해야 한다 경의선 전차는 모르는 척 푸르게 오고가.. 일려 시 50선 2012.09.13
문득 깨보니 은하수 별곡이 흐르다 새벽에 은하수 별곡을 듣는다 창가에서 들려주는 귀뚜라미 소나타다 제52소시집 귀뚜라미별곡 逸 麗 막바지 더위에 귀뚜라미 소나타 흐르니 새벽 은하수가 들려주는 노래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자장가이기도 하고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뜬 별의 노래이기도 하고 등을 긁고 있는 할머.. 일려 시 50선 2012.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