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능소화 제41소시집 능소화 장대비가 쏟아 부어도 능소화는 창가에 하나 둘 꽃을 피운다 햇살이 나올 듯하다, 뒷모습조차 없는데 태양처럼 창을 누비는 꽃, 능소화 비 때문에 비 때문에 .... 할 일 미룬 나는 부끄러워 부끄러워 꽃 속으로 숨어버렸다 일려 시 50선 2011.07.23
콕 찌르다 제41소시집 콕 찌르다 직박구리 살구 심장 콕콕 찌르다 벌겋게 익은 살구 진실 톡, 톡, 튀어나오다 꾀꼬리 부부 여기저기서 아침의 진실 콕콕 찌르다 상쾌하다 진실 가지마다 맺혀 눈과 귀의 심장에 콕 찌르다 산책길, 진실과 함께 살구 버찌 주렁주렁 익어 가는데 방금 뿌린 지독한 농약 냄새에 새들 .. 일려 시 50선 2011.07.22
물러가는 비구름아 제41소시집 물러가는 비구름아 물러가는 비구름아 나도 떠나고 싶다 산 능선 따라 푸르고 깊은 파도 타며 목마른 땅에 젖을 주고 흙에서 솟아오르는 신비의 생명과 손잡고 싶다 백로는 따라 오지마라 육백년 묵은 소나무 곁에서 등 굽은 농부 돌보거라 비구름아 설악 소청봉에 머물고 영원한 청춘이 .. 일려 시 50선 2011.07.17
시, 보리밭과 고등어 제40소시집 보리밭과 고등어 고, 등, 어, 하늘이 하늘 아니라고 한다 바다가 바다 아니라고 한다 뱃살을 툭, 터트려 베어 물면 바다가 나온다 등을 탁, 치면 하늘이 나온다 고, 등, 어, 보리밭에서 하늘과 바다를 번갈아 베어물고 싶다 일려 시 50선 2011.07.01
훈민정음 제32소시집 훈민정음 가난할수록 산골민족의 정은 철철 흐르고 ㄱ과 ㄴ이 씨를 뿌리고 ㄷ과 ㅍ이 호미질한다 뿌리 내리고 기둥이 세워지면 ㅅ과 ㅇ이 다가와 온산에 우주의 기 심는다 한민족다운 우주의 섭리 방방곡곡에 피어나 ㅇ이 갓을 쓰고 마당바위에 좌선한다 뚫어야할 곳은 뚫고 ㅏㅑㅗㅛㅜㅠ.. 일려 시 50선 2011.06.11
석류 제32소시집 석 류 터질 듯하네요, 하늘이 그 하늘 품고 있네요, 석류가 天福과 내통하고 있네요, 석류가 홀로 있네요, 난 산에 오르니 귀 긁어주네요, 쇠박새가 눈망울 긁어주네요, 산부추꽃이 뜨겁게 맞선보네요, 구절초가 하산하니 터질 듯하네요, 내가 맞선보자 하네요, 석류가 잘 어울린다 하네요, .. 일려 시 50선 2011.06.05
그대 그리고 나 제32소시집 그대 그리고 나 逸麗 고 상 원 그대 그리고 나 덕성여고 은행나무 아래에서 만나요 손을 꼬오옥 잡고 그리움을 밟아봐요 첫사랑을 밟아봐요 이별을 밟아봐요 그리움이 고여 있지요 첫사랑이 쌓여 있지요 이별이 묻어 있지요 다 쓸어버리고 돌의자에 앉아봐요 그대 그리고 나 단풍 곱게 물.. 일려 시 50선 2011.05.31
꽃 제30소시집 꽃 꽃은 보석이 없어도 보석이 있는 것처럼 빛납니다 꽃처럼 빛나는 사람은 수많은 보석이 있는 것처럼 빛납니다 꽃은 보석보다 빛납니다 꽃은 보석보다 아름답습니다 꽃 같은 사람은 꽃보다 빛납니다 마음에서 피어난 꽃은 더 아름답습니다 메마른 가지에서 가난 속에 피어나 꽃은 아름.. 일려 시 50선 2011.05.21
호수 제29소시집 호 수 벚꽃이 호숫가에 피어오를 때 나는 호수에게 프로포즈할 것이다 호수는 외아들에게 시집올 맏며느리다 호수는 속이 깊고 너그러운 여인이다 호수는 왼쪽팔다리 마비되어 걸음마 배울 때부터 동행하는 나의 연인이다 우리는 낭만주의자다 우리는 吟遊詩人이다 호수가 얼음에 갇혀 .. 일려 시 50선 2011.05.12
등 굽은 홍매화는 아무르표범이다 제39소시집 등 굽은 홍매화는 아무르표범이다 고 상 절 마당 고요를 깨고 함박 피어난 神仙은 눈부신 아무르표범이다 등 굽은 홍매화다 등 굽을수록 예쁘고 늙을수록 고운 자태 아무르표범 눈빛 홍매화 차마 아름답다 할 수 없는 통도사를 깨우는 표호에 백팔 배 합장이다 얼마나 깨달아야 나이 들수.. 일려 시 50선 2011.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