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추억 제25소시집 좋은 추억 솔잎을 밟으며 그녀와 함께 있다네 파도를 밟으며 그녀 곁에 있다네 솔바람 쐬며 그녀와 걷고 있다네 달 바람 쐬며 그녀를 밟고 있다네 좋은 추억에 떨고 있다네 바다의 별무리 낚으며 취한 파도 밟고 있다네 잡힐 듯 말 듯한 그녀의 얼굴 밟고 있다네 파도에 지워지는 그녀와 함.. 일려 시 50선 2011.02.10
용문 여행 제38소시집 龍門으로 여행 龍의 나라 앞으로 뒤로 옆으로든 龍山에서 龍門까지 또는 龍門에서 龍山까지 다 좋다 오늘은 漣漁 되어 거슬러가기로 결정 출발 용문사 입구 도랑 도착 산란 昇天 용문사 관음보살 천백 년 묵은 은행나무 팔씨름 하잔다 산신령이 여의주 던져주는 용의 나라 좋은 인연이다 .. 일려 시 50선 2011.02.01
산을 갖는다 64 산을 갖는다· 64 오색딱따구리 딱딱딱 따닥 따다닥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비목 갈참나무 잘 두드립니다 한적한 골짜기에서 숨소리 따라 딱딱딱 따닥따닥 굴참나무 안고 요리조리 돌며 잘도 튕깁니다 지난봄에 심어놨던 인삼 도라지 지난 초봄에 피었던 복수초 노루귀 겨울잠에서 깨어나라고 뿌리까.. 일려 시 50선 2011.01.26
설경 제38소시집 설 경 눈을 감아도 눈에 선한 설경은 천국이다 소가 무덤으로 팔려가 눈물 흘려도 돼지가 무덤에 묻혀 비명을 질러도 천국이다 온 세상 순교자다 순결로 뭉친 순교자다 역경을 너머 순교자다 천국을 허무는 덧 사냥꾼 덧에 걸린 멧돼지 비명소리에 설경이 무너진다 일려 시 50선 2011.01.25
보름달과 노을 자연을 노래하는 자연나라 시인입니다 제38소시집 보름달과 노을 逸麗 고 상 원 폭풍의 사막을 넘어 히말라야 설산을 거쳐 고비고비를 삼키고 왔는데 노을은 해맑은 농촌총각이다 동백꽃 물든 얼굴이다 청순하여 우아한 연꽃이 피어오르고 정숙하여 일편단심이 백담계곡에 철철 흐르는 거룩한 여인, .. 일려 시 50선 2011.01.22
또 다른 나 제38소시집 또 다른 나 5일 장터 푸릇파릇 고향에서 본 듯한 파래김 한 봉지 홍도에서 본 듯한 미역 한 봉지 고향 과수원에서 본 듯한 사과 한 봉지 왕멸치 전어새끼 말린 거 살 듯 말 듯 포기 입마개 고르다고르다 포기 칠백 원짜리 호떡 하나 먹고 달래나물 발견하고 오케이 새우젓국에 넣을 늙은 호박.. 일려 시 50선 2011.01.14
노을 제38소시집 노 을 森羅萬象 살피며 구석구석 마음의 때 씻어주고 한 올 한 올 고운 살결 풀어 達觀한 광채 노을은 훍탕물에 핀 연꽃이구나 산 너머에는 순이에게 순정 주고 삽교호에는 농부에게 따뜻한 인정 뿌려주고 한강에는 깊은 여운 던지니 온 누리 행복으로 물드는구나 거친 공해와 철없는 사리.. 일려 시 50선 2011.01.12
산을 갖는다 63 - 설산을 바라보며 제37소시집 산을 갖는다· 63 ― 설산을 바라보며 친구여 산은 마음 닦으러 가는 거라네 산을 마음으로 가면 험하고 높은 산도 일등 이등 꼴등도 다 좋다네 산에는 부자도 권력도 없으니 다 비우고 가는 게 좋다네 산의 참맛은 설산에 있다네 귀 막고 입 닫고 눈 감고 다 내려놓은 겨울 산에서 큰 말씀 .. 일려 시 50선 2011.01.05
그 할머니 제37소시집 그 할머니 곱고 맑은 얼굴로 절 봉고차에서 처음 뵙던 그 할머니 승복을 입은 깔끔한 보살님, 사랑을 잃고 따뜻한 햇살 찾던 그 할머니 첫 말문을 열 때 첫 탁발*은 천원만 주세요, 천원만 가늘고 부끄럼 타는 아기소리 이었다 문득 깨달음이 그 할머니는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이시.. 일려 시 50선 2010.12.09
겨울 제37소시집 겨 울 한 발도 용서하지 않는 매서운 겨울입니다 한 번의 실수로 추락하는 쓸쓸한 겨울입니다 입 닫고 귀 막고 눈 감고 지상의 것 다 버리고 뿌리와 흙 속으로 다 들어가면 겨울은 생명을 돌보고 지난 일 용서합니다 흙 속에는 생명이 다시 피어나 다습한 더위에 헤어나지 못할 때 벼는 황금.. 일려 시 50선 2010.12.04